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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 인터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시. 2010.06.15 09:56   조회수. 2,981

"김대중-노무현 밭에 새싹 돋아나
 나에겐 대통령보다 더 큰 꿈이 있다"

 

[인물연구 인터뷰] 충남도지사 당선자 안희정 -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대담

 

[오마이뉴스 | 2010-06-15 | 이승훈 기자 / 남소연 기자]

 

 안희정. 혹자는 그의 이름 석 자를 들을 때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에 일등 공신이면서도 정권의 핵심에서 항상 비켜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 탓이다. '폐족'의 지위를 자처했던 그는 6·2지방선거에서 '노무현의 이름으로' 아니 참여정부를 관통했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가치를 앞세워 충청남도 도지사에 당선됐다.


14일 안희정 당선자를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만났다. 장소는 안 당선자가 새로운 진보의 미래를 꿈꾸며 만들었던, 여의도 국회 앞에 위치한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였다. 안 당선자는 충남도지사로서 그가 꿈꾸고 있는 지방자치의 미래는 물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진화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그는 먼저 "당선된 후 봉하마을에 갔을 때 1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었다"라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받는 젊은 세대가 많이 등장한 것에 대해 "김대중-노무현이 만든 역사 위에서 새순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고 비유했다. 그는 이 새순들이 자라나 제대로된 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진보를 서로 독점하려 하지 말고 김대중-노무현의 역사를 통해서 진보진영이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안 당선자는 '정치인 안희정의 포부'를 묻자 "나는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더 큰 꿈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청와대 문패를 바꾸는 것으로 대한민국이 다 바뀌지는 않는다"며 정도전이 꿈꿨던 민본주의, 다시 말해 정당정치의 완성을 통한 민주주의 정착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하지 말라"고 했건만 안희정이 '그래도 정치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다음은 <인물연구 인터뷰>의 전문으로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오연호 대표의 질문이고 그 아래는 안희정 당선자의 답변이다.

 

"이명박 대통령 담화, 정말 아쉽다" 


 

- 가볍게 월드컵 이야기부터 해보지요. 월드컵 첫승으로 들뜬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선자 신분이라 바쁘겠지만 그래도 첫 경기를 봤을 것 같은데요. 

"원래 충남 아산 내이랑 마을에서 주민분들, 그리고 주말에 농촌체험 오신 분들과 함께 보려고 했어요. 이장님 집 앞마당에 스크린 설치까지 설치했는데 다른 일정이 생겼습니다. (아쉽다는 듯) 이동하면서 차 안에서 디엠비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근데 또 차 안에서 보자니 운전하는 친구 방해될까 봐 결국 트위터를 봤는데 실시간으로 경기 내용이 올라오더군요."

 

- 언제부터 트위터를 했습니까. 

"올해 1월부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필자 주 : 안희정 당선자의 트위터 아이디는 'steelroot'다. 우리말로는 철근. 철물점집 아들이라 철근에 친근감이 있어서 아이디로 쓰고 있다는 게 안 당선자의 설명이다)."

 

- 오늘 아침 이명박 대통령이 오랜 침묵 끝에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담화 내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골똘히 생각하다) 좀 아쉽죠.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도 국정 기조를 너무 크게 흔들 수는 없었을 테고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습니다.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도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거든요. 세종시는 국회에서 표결하면 따르겠다는 수준이고 4대강은 홍보를 더 열심히 하겠다는 두가지 밖에 없었어요.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태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 안희정의 당선에 대해 가장 기뻐할 분들 중 한 명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닐까 합니다. 당선 후 봉하마을에 갔는데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하면서 속으로 뭐라고 했습니까. 

"음….(한참을 생각하다) 글쎄, 막상 당선자가 돼서 묘 앞에 서니 미안했어요. 1년 전 그분을 지키지 못했던 것이.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고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내가 가장 많은 빚을 진 사람 중 한 명이 안희정 동지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당선 직후 이광재·안희정 두 사람은 청와대에서 함께 할 것이라고 봤는데 대선 자금 수사 여파로 참여하지 못하고 구속까지 됐습니다. 만약 청와대에 함께 있었다면 노무현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었나요. 

" 노 전 대통령을 모시면서 늘 해왔던 게 조화를 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옛날로 치면 운동권과 비운동권 출신 사람들을 동지적 연대로 결합시키는 일, 더 나아가서는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 또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조화시키는 일이었죠. 아마도 청와대에 있었다면 그런 일을 했을 겁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힘을 모아내는 일 같은 거요."

 

"노무현, '정치하지 말라'고 했던 건 좋은 정치하라는 역설"


 

- 그럴 수 없어 속이 많이 상했을 텐데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습니까. 당시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가족들에게도 많이 미안했을 것 같은데요.

"2003년 말 대선자금 수사 대상이 되고 감옥에 간 순간 참여정부에서 배역이 끝난 배우라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예전 주윤발 나오는 <영웅본색>처럼 영화 초반에 일찌감치 총 맞고 아웃되는 역이었죠.(웃음) 주윤발은 쌍둥이 동생이라도 있어 (2편에서) 다시 돌아왔지만 저는 쌍둥이 동생도 없고.(웃음) 5년 동안 조용히 지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감옥에서 '나는 참여정부의 공직에 나갈 가능성은 없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정리하고 나왔죠.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2월 취임 이후 모든 참모들을 청와대에 모이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좌중을 둘러보시더니 '다들 좋지' 그러시면서 '여기까지 무사히 걸어 들어왔으니 나갈 때도 무사히 걸어 나가자'고 하셨습니다. 무사히 나가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권력형 비리 문제 등으로 속 썩이지 말아야지요. 제가 거기에 일조하는 길은 나의 모든 배역은 끝났다라고 정리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출소 후 공백기를 가지면서 2005년에 가족들과 함께 외국 유학이라도 갈까 고민했습니다. 국내에 있으면 괜히 원하지 않은 일에 휘말릴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그런데 돈이 있어야 가죠. 전세금 털어서 갔다와야하는데 이걸 털어 쓰면 나중에 어떻게 살지 걱정이 됐죠. 주위에서 도와주신다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런 도움 받으면 또 얼마나 (적대적 언론에) 괴롭힘을 당하겠어요. 그래서 최장집 교수께 간청해서 고려대아시아문제연구소에 연구원으로 들어가 공부했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 하반기부터 직장 구하러 다니는데 아무도 안받아주더군요."

 

- 직장을 구하러 다녔다는 사실은 몰랐습니다.

"당시 만났던 기업인들이 차라리 어려우면 도와주겠다, 하지만 취직은 안된다고 그랬습니다. 그 땐 정말 서운했습니다. 저도 아침이면 출근해서 일하고 싶은데. 그러다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노 전 대통령 후원자)이 '안 소장 순진해서 취직하려 하는데 당신 받아줄 사람 아무도 없어' 그러면서 자기 회사에 와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거기 사외이사로 가 있었죠."

 

- <오마이TV> 생중계 시청자 중 한 분이 '안 당선자는 봉하마을 갔을 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데 저는 안희정 생각하면 자꾸 미안하고 눈물이 났었다'고 합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괴로워할 때 측근들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했지요. 정치를 하려고 했던 안 당선자는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 노 전 대통령은 정치하는 평생 동안 정치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1994년 지방자치연구소 할 때도 부산에 있는 참모들까지 다 모아놓고 그만하자고 했습니다. 오히려 시민운동 하자고 했지요. (잠시 생각하다가) 왜냐면 정치를 하는 사람과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 사이의 불신의 전선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물건을 속여판다는 인식이 계속 됐다면 기업이 지금 수준까지 발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정치는 그런 신뢰가 형성이 안됩니다. 그래서 정치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고 바라보는 국민들은 저 멀리 떨어져 있지요.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은 정치 일선에 서있으면서 정치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상처뿐인 영광 아닌가 그런 회의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감옥에서 나왔을 때도 정치 계속 하는 문제에 대해서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정치하지 말라'는 좋은 정치를 하라'는 역설이라고 생각합니다."

 

- 안 당선자는 참여정부평가포럼을 만들고 상임집행위원장 활동을 하면서 평가 작업들을 많이 했지요. 참여정부를 되돌아봤을 때 잘한 점 하나, 아쉬운 점 하나를 뽑는다면 뭐가 있을까요.

"한 정치인이 실패했다, 한 대통령이 실패했다고 할 때 어떤 기준으로 평가한 것인지 애매합니다. 저는 선출직 권력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게으름과 부도덕, 거짓말, 이를 통한 사적 이익의 추구라는 부패, 이런 문제만 극복했다면 의미 있는 정치지도자였다고 평가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상 첫 정권교체,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 이 두 가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권과 반칙의 질서를 일소했던 게 역사적 업적입니다. 돈을 벌건, 지위나 명예가 높아지건 출세하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특수한 권력을 갖기 위한 것, 나는 예외가 될 수 있다, 그건 아니더라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돈이 많든 적든, 지위가 높든 낮든 누구도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특권과 반칙을 일소하는 것 이보다 더 큰 가치는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위해 권력을 놓았다고 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헌법대로, 법치주의 위에 대통령 권력을 올려 놓은 것이죠. 그런데 법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식이 통해야 합니다. 힘 센 사람과 힘이 약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룰이 달라야 합니다."

 

"김대중-노무현의 실패? 시대적 한계 인식해야"

 

- 그렇다면 아쉬운 점은요?

"글쎄요. 세상의 어떤 현자나 위대한 스승이라도 시대적 조건에 제약을 받습니다. 아무리 솜씨 좋은 우리 어머니라도 냉장고에 재료가 없으면 요리를 못합니다. 대한민국 냉장고에 중국요리 재료가 없는데 중국요리가 먹고 싶다며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은 실력 없는 요리사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청와대에 있었던 정태인 박사가 청와대가 모피아에 둘러싸여있었고 비판하는데 그 안타까움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경제적 지배 블록이 확립되지 않았던 조건을 이해해야합니다. 시대적 한계를 김대중-노무현의 한계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세계화 흐름에 대해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사는 배경은 전세계를 넘나드는데 일국 단위에서 복지·노동·교육 정책을 끌고 나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노 전 대통령도 말했지만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실질적 돌파구를 못찾아 드렸지요. 사회적 양극화와 관련해서 무수한 과제들이 있습니다. 실업과 고용불안, 중소자영업자와 현대적 유통채널과의 갈등, 비정규직과 정규직 갈등 등 많은 대립이 있는데 이 문제는 현대 민주주의가 풀어야할 가장 큰 병입니다. 전 세계 모든 지도자들이 마치 외과 의사들이 암을 정복해야하는 것처럼 이 문제들 앞에 서있는 것이죠."

 

-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절반을 마쳤습니다. 이곳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도 이 정부 출범 8개월째 됐을 때 '이대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와 비교해보면 대비되는 점이 있을 텐데요.

"대한민국에는 김대중-노무현의 민주주의 리더십이 있고 한나라당에 이어지고 있는 이승만-박정희 리더십이 있습니다. 박정희 리더십의 가장 핵심은 나를 믿고 따라오라는 것이죠. 또 안되면 되게하라는 것입니다. 박정희의 낡은 리더십이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컴퓨터로 치자면 도스 운영체제가 윈도 기반의 인트라넷 주변기기와 부딪히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리더십으로는 대한민국의 활력과 행복을 찾기 어렵습니다."

 

- 이번 선거에서 안 당선자와 함께 송영길(인천)·김두관(경남)·이광재(강원) 등 젊은 당선자가 배출되면서 야권의 차세대 리더가 등장했고 합니다. 40대가 광역자치단체를 책임지는 주역으로 등장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요.

"자꾸 의미를 부각시킬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전쟁 시기에 대한민국을 지키고 산업화를 일군 세대가 80세 전후의 우리 부모님 세대, 물론 잘 모셔야지요.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40대인 우리들이 해야합니다. 그런 자연스런 흐름속에서 일할 나이가 됐고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우리 아버지 연배 정도 되는 분들이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가시다가 제가 인사를 하니까 올해 몇 살이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마흔 일곱이라고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남자로서 일하기 좋은 나이라면서 '열심히 혀' 그러셨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에 386세대를 고리로 '조중동'이 참여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공격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를 요리하기 위해 세대간 갈등을 증폭시킨 것입니다. 물론 희망에 부응하지 못한 386들이 분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386세대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다는 그 공격은 좀 부당했습니다. 참여정부를 주도했던 것은 선배 세대였습니다. 그 밑에서 초등학교 다니던(웃음) 386들도 이제 경험을 쌓고 일할 나이도 됐습니다. 이제 열심히 뛰어야지요."

 

-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 신분이지요. 선거 후 여론조사를 보면, 물론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에 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그만큼 변해야한다는 이야기인데요. 변화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70년대 김대중·김영삼 두 야당 지도자가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오면서 민주화 운동에 무던히도 노력했습니다. 야당의 부흥기였죠. 그런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군사독재정권과 야합해서 넘어가면서 역사가 뒤틀려 버렸습니다. 그런 조건에서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진보진영의 정당 체제가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분오열돼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그 역량을 단일한 집권가능 세력으로 보여드리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당이 크든 작든 당의 지도자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진보'라는 단어, 왜 독점하려 하나"

 

- 이광재 당선자, 안희정 당선자는 민주당에 남아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꾀하는 길을 선택했고 다른 친노 주자들은 국민참여당을 만들었습니다. 야권이 어떤 길을 가야할 지 고민이 좀 쌓였습니까. 진보신당까지 아우르는 연합정당에 대한 생각을 얼핏 소개한 적이 있는데 설명을 좀 해주시죠.

"지난 해 최고위원 당선됐을 때도 말한 적이 있습니다. 김대중-노무현의 역사를 통해서 진보진영이 단결을 이루어 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이견들을 하나의 생각으로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생각을 일치시키기 보다 규칙을 통일시켜 통합을 이뤄야 합니다. 생각을 통일하고 단 하나의 헤게모니가 관철되는 정당은 20세기 방식입니다. 세계 어느 정당도 생각이 하나인 정당은 없습니다. 생각은 다르지만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단결할 뿐인 것이죠. 대한민국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습니다. 김대중-노무현이라는 흐름,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국민들이 선택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체감과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가졌던 체감을 비교해서 국민들이 선택하는 것이지 A, B, C, D 후보를 보면서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진보라는 단어도 미국의 클린턴도, 영국의 블레어도 모두 씁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왜 진보라는 단어를 서로 독점하려고 하나요. 내가 진짜, 너는 짝퉁 이렇게 구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이대로 좋다는 국민들과 바꿔봤으면 좋겠다는 두 흐름이 보수와 진보로 나타나거든요. 시장통에서 만나는 어머님·아버님들이 정치인들이 말하는 다양한 진보의 스펙트럼을 의식하지는 안잖아요. 그래서 집권주체인 정당의 질서를 통합하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그 역할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볼 때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럼 최고위원으로서 보기에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합니까.

"가장 핵심은 정책과 노선을 가지고 의리있고 줏대 있게 정치를 해야합니다. 어느 정당이든 간에 당의 강령에는 좋은 이야기로 도배돼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게 소신이라면 묵묵히 가야하는데 그게 안되거든요. 여러 정책들이 여론지지율이라는 명목하에 널뛰기를 하고 있잖아요. 바다 위에 있는 배들은 널뛰기 하는 파도 위에 서 있지만 가야할 방향을 포기하는 법은 없습니다. 조류에 따라, 파도에 따라 가야할 방향을 놓고 헤깔리기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이죠. 꾸준히 한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 그동안 민주개혁진영의 차기 주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비로서 민주개혁진영에서도 다양한 차기 후보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세대로서 송영길·김두관·이광재 당선자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겨울 산을 보면서 여름 산을 기억할 수 있겠어요? 또 여름 산을 보면서 겨울 산을 기억할 수 있나요? 진보의 역사에서 김대중-노무현 시절을 거치면서, 그 역사의 축적을 통해서 새로운 세대들이 새순 솟듯이 솟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순이 솟을 때 그것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놀랍습니까. 그리고 이 순들이 조금 지나면 초록이 푸르른 여름 산을 만들잖아요. 얼마나 무성하게 피어오를지 기대가 됩니다."

 

- 지금부터는 현안 이야기를 해보죠. 오늘 이명박 대통령 담화 내용을 보면 4대강 사업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 당선자는 4대강 사업 저지 의지를 밝혔는데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다들 아시겠지만 4대강 사업의 핵심은 보 건설과 준설 작업입니다. 또 이 두 영역에 환경 재앙 우려가 집중돼 있기도 합니다. 지금 충남도 인수위 차원에서 이 두 가지 사업의 적절성을 재검토하고 있는데요. 현재 이 정부는 보로 물을 막으면 고인물이 썪는다는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괜찮다고 하고 있어요. 그러면 좀더 신중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3~4개월 했는데 이것 가지고는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에 너무 짧지 않나요? 이 과정을 충분히 세밀하게 거친다면, 그래서 괜찮다는 결과가 나오면 이 정부가 주장하는대로 국가 100년 대계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렁뚱땅, 너무 심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니까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겁니다. 정부가 홍수 피해 예방과 갈수기 수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와 준설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저도 마음을 열고 그게 정말 대안인지 검토해 보겠습니다. 대신 정부는 무조건 밀어붙이려는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국가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 트위터에 올라온 의견들을 보니까 보수적인 충남의 공무원들과 호흡 맞추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들이 있네요. 생각이 맞지 않는 공무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이끌어 나갈 계획인가요.

"공무원들이 무사안일하고 보수적이라는 사고는 선입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노동하는 사람들 누구나 주도적이고 창의적이고 보람있게 일하고 싶어합니다. 그 의욕을 지도자들이 눌러서 문제지요. 저는 공무원들이 자발적·창의적·주도적으로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서 누구든 보람 있게 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계획입니다."

 

- 트위터를 통해서 우성윤씨가 충남도지사 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세운 대원칙이 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주셨습니다.

"아직 우리 지방 자치단체의 행정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아직 임명직 도지사-시장-군수 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자면 조리법이 명시된 인스턴트 식품을 중앙정부가 나눠주고 그대로 끓여먹으라는 겁니다. 이번에 충남도 업무보고에서 보니까 특정 복지분야 예산 중 99%는 중앙정부가 사용처까지 모두 지정해서 내려준 돈이더라고요. 광역단체의 임무는 집행하고 잘 관리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지방정부에서 정책의 창의성이 발현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취임하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예산 좀 더 달라는 로비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정책을 가지고 로비를 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역할을 업그레이드 해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충남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지방분권 시대의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충남을 시발점으로 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걸음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충남으로 이사오세요.(웃음)"

 

"청와대 문패 바꾼다고 대한민국 바뀌지 않아"

 

 - (<오마이TV> 생중계) 시청자 댓글을 보니 이 분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분 같은데 충남으로 옮겨서 공무원 시험을 봐야하나'라는 의견을 남기신 분도 계시네요. 또 '안희정은 더 커야 한다'는 댓글도 눈에 띄는 데요. 정치를 하는 처지에서 더 큰 꿈을 꾸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또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든 참모로서 대통령은 어떤 자리라고 생각합니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가지고는 이 사회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70년대 육사를 가려다고 안간 이유가 박정희 대통령처럼 쿠데타를 해서 대통령이 된들 이 사회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회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청와대 문패 바꾸는 것으로 대한민국이 다 바뀌지는 않습니다. 정치인 안희정의 포부를 묻는다면 대통령보다 더 큰 꿈이 있습니다. 정도전 이래 민본주의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정도전의 민본주의가 정착되려면 민주주의가 정착돼야 하는데 이는 정당정치의 완성이 전제 돼야합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유불리를 따져서 정당의 간판을 끊임없이 떼었다 붙이는 이 정당 역사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정말 대한민국의 정당정치를 완성시키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 이번 선거에서 젊은 세대에 새롭게 주목을 했습니다. 그동안 20대가 보수적이라는 표현도 있었고 우리 같은 386 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대학생이었을 때와는 다르게 요즘 20대들은 왜 이래라고 농담처럼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젊은 층들과 호흡도 필요할 텐데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정당과 어떤 정치적 견해에 대한 확고한 자신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가장 '엣지'있는 시민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현안에 대해서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정말 매력 없는 삶이죠. 자신만의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시민들이 멋있어 보이거든요. 미국의 허리우드 스타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분명히 밝힐 때 영혼이 있는 배우라고 평가를 받습니다. 분명한 정치적 태도를 갖고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정치인을 후원하고 지지하는 그런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세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마무리 인사 해주시죠.

"광고 하나만 하겠습니다. 충남지사 취임 이후 벌이는 가장 대표적 행사가 대백제전입니다. 부여 공주, 논산 일원에서 열리는 우리 지역사를 중심으로 한 축제지요. 이 역사에 주목하는 것은 도지사가 됐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사에서 우리세대는 우리역사를 많이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일제 36년 동안 우리역사가 말살 당했기 때문입니다. 산업화시대에는 살기 어려워 우리 역사를 못 지켰고 가까운 100년 동안 조상대대로 살아온 우리 역사를 잊고 있었지요 대백제전이 잊혀졌던 지역사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더욱 멋있는 나라로 만드는 축제였으면 합니다. 많은 관심 가져 주세요. 그리고 충남에 자주 놀러와 주십시오. 도지사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방정부의 활력을 통해 대한민국이 더욱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출처 : "김대중-노무현 밭에 새싹 돋아나 나에겐 대통령보다 더 큰 꿈이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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